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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아빠와 새엄마 제인, 그리고 고양이 위스커스와 함께 사는 로라. 로라는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여 마흔세 개의 단추들이 꿰여 있는 ‘기억의 끈’을 만지고 추억하며 시간을 보낸다. 새엄마 제인과 아빠가 페인트칠을 하던 그날도 로라는 고양이 위스커스에게 ‘기억의 끈’ 단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할머니가 어른이 되고 처음 입었던 드레스의 단추, 아빠가 오랜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입고 있던 군복의 단추,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실 때 입고 있었던 잠옷 단추……. 단추 하나 하나에 소중한 가족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고 그 마흔세 개의 단추들을 꿰어 만든 끈은 ‘기억의 끈’으로 불리며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가족의 보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뛰어오른 위스커스의 발톱에 채여 기억의 끈은 끊어지고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단추들이 산산이 흩어져 버린다. 아빠와 새엄마가 달려와 열심히 찾지만, 돌아가신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아빠의 군복 단추 하나만은 찾을 수가 없다. 밤이 되고 잠들지 못하던 로라는 우연히 제인과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된다. 아빠는 로라가 너무 상심한 것 같으니 다락방에 있는 군복에서 다른 단추를 떼어내어 주자고 제안하지만, 제인은 “그건 마치 엄마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거예요”라며 반대한다. 그러고나서 제인은 그 단추를 찾게 되고, 로라가 발견하기 쉽게 현관에 단추를 놓아 둔다. 다음 날 로라는 처음으로 제인과 눈을 마주하며 말한다. “단추 끼우는 거 정말 도와주실 거예요?”

출판사 보도자료 전문소개  ( 출판사 보도자료는 이 그림책을 만든 목적을 전하는 귀한 자료입니다. 독자의 예리한 기준으로 꼼꼼히 읽어보시고,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
기획의도 - 재혼 가정 아이들의 마음 어루만져 주기

해마다 재혼율이 크게 늘어(결혼하는 4쌍 가운데 1쌍이 재혼이라고 한다) 이제 재혼 가족은 자연스러운 가족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재혼 가족이 증가하면서 가족 내에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재혼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핵심적인 갈등은 생물학적 부모에 대한 ‘상실의 감정’과 새 부모와 이전 부모 사이에서 경험하게 되는 ‘충성 갈등’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전 부모, 즉 애착 대상이 사라졌거나 멀어졌다는 데에서 상실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아이는 새 부모를 받아들이는 것이 생물학적 부모를 배신하는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동시에 새 부모를 받아들이면 이전 부모로부터의 애정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이를 ‘충성 갈등’이라고 하며 이는 재혼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 그림책은 이러한 ‘충성 갈등’을 겪는 아이와 아이 곁에서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줄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잔잔한 필치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재혼 가정을 소재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착한 아이를 기대하는 어른의 심리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거나, 현실에 대한 검열이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나 쉽게 갈등을 해결하고 청사진을 그려내는 책들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특히나 초등학교 입학 전, 저학년 아이들은 더욱 예민하게 친부모에 대한 충성을 드러내는데, 오히려 이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현실이다. 『기억의 끈』은 이러한 상황에서 홀로 마음을 나눌 상대를 찾고 있을 아이가, 아이를 끌어안아 주고픈 부모가, 그리고 재혼 가정에 대해 편견 없는 이해가 필요한 아이들이 읽기에 썩 훌륭한 수작이다. 깊고 진지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브 번팅의 글과 아름답고 정서적인 테드 랜드의 그림은 관계의 갈등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작품해설

지나가 버린 가족사의 은유, 기억의 끈

작품 속에서 기억의 끈과 그 끈에 꿰여 있는 단추들은 주인공 로라의 가족사를 상징하는 메타포다. ‘기억의 끈’은 돌아가고 싶은 기억의 순간, 머무르고 싶은 과거의 시간들을 의미한다. 주인공 로라는 기억의 끈을 새엄마인 제인 앞에서 여러 번 꺼내 보이는데 이것은 이전 가족에 대한 로라의 심리적 고착을 의미하며, 동시에 아빠의 재혼으로 로라가 받아들여야 하는 새엄마 제인에 대한 거부와 심리적 갈등을 암시한다.

로라는 뒷마당 나무 그늘에 앉아 아빠와 새엄마가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가 빨간 벨벳 상자에서 기억의 끈을 꺼내 고양이 위스커스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이 장면에서 나뭇잎 사이로 얼비치는 햇살은 로라 주위에 어지러운 그림자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단추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이기도 한다. 이러한 빛의 산란은 이야기 초반에 계속되는 로라의 어색한 시선 처리와 함께 로라의 혼동된 심리적 상태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라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꾸 달아나려고만 하는 고양이 위스커스는 어떤 존재일까? 로라 스스로는 자신의 가족사가 묶여 있는 기억의 끈을 절대 풀거나 끊지 못한다. 고양이 위스커스는 그런 끈을 끊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결국 고양이는 과거 속에 머무르고 싶지만 동시에 아빠의 재혼과 새엄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은, 로라 안에 있는 무의식의 얼굴이다. 이런 무의식은 고양이 위스커스가 기억의 끈을 끊음으로써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새로운 가족사를 만들어 갈 필연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억의 끈은 끊어지고 단추들은 사방에 흩어진다. 새엄마 제인이 먼저 달려와 흩어진 단추들을 찾는데, 돌아가신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아빠의 옛날 군복 단추는 끝내 찾지 못한다.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던 로라는 이층 자기 방에서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아빠는 잃어버린 단추랑 똑같은 다른 단추를 로라 모르게 가져다 놓으면 어떠냐고 하지만, 새엄마 제인의 대답은 단호하다. “다른 것을 가지느니 로라는 차라리 그 단추를 잃어버린 채로 있고 싶을 거예요. 그건 마치 엄마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거예요.” 자신이 로라의 엄마를 대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새엄마 제인의 모습은, 로라로 하여금 자기가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것이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배신일지 모른다는 ‘충성심 갈등’에서 벗어날 용기를 준다.

새롭게 엮어가야 하는 희망의 상징, 기억의 끈

결국 제인이 마지막 단추를 찾게 되고, 그녀는 단추를 요정이 가져다 준 선물처럼 로라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다. 다음 날 아침 로라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간다. 새엄마 제인이 혼자서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이? 제인이 칠하고 있는 울새알처럼 파란 색깔은 새로운 가족사를 만들어갈 로라 가족의 희망에 찬 에너지를 보여 준다. 로라의 눈에 제인의 작업복 셔츠에 달린 짙은 녹색의 단추가 눈에 들어온다. 예뻐 보인다. 로라는 침을 꼴깍 삼키며 새엄마 제인에게 묻는다. "단추 끼우는 거 정말 도와주실 거예요?" 그 질문에 제인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그럼,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난 여기 있을 거야."

오랫동안 로라의 마음이 열리기를,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기다려 온 제인의 대답에는 로라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이 순간이 이 그림책 전체를 통틀어 로라가 새엄마 제인과 처음으로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부분이다. 로라 가족의 ‘기억의 끈’이 다시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 힘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끈을 다시 꿴다는 것 자체로 족하다.

마음을 만져 주는 그림책

*이 책은 재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꼭 재혼 가족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각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각자 자신만의 ‘기억의 끈’을 꺼내 보며 풀어야 할 매듭을 풀고, 새롭게 끈을 꿰는 용기를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신혜은 (옮긴이, 아동심리학자)

『기억의 끈』은 재혼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재혼 가족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현재 눈 앞에 놓인 문제를 직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과거의 기억은 한 번에 잊혀지거나 씻기지 않는다. 되뇌이고 재구성할 때, 그렇게 현재를 살아내면서 직면하는 순간을 여러 번 보내며 조금씩 조금씩 치유된다. 가만히 시간이 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의 단추를 꺼내 보고 끈에 꿰어 보고, 풀어야 할 매듭이 있는지, 다시 꿰고 싶은 단추는 없는지, 마음을 살피는 일을 해야 한다. 『기억의 끈』은 이러한 ‘마음 들여다보기’를 돕는 책이면서 특별히 재혼가족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 주는 책인 것이다. 꼭 로라가 처한 상황과 같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으며 엄마의 단추, 아빠의 단추, 좋아하는 사람의 단추, 싫어하는 사람의 단추 등 의미 있는 사람이나 사건의 단추를 꿰어 본다면 가족문제뿐 아니라 자기 내면의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작가 정보
  • 1915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순수 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주지사나 대학총장 등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던 테드 랜드는 1970년대에 빌 마틴 주니어와 만나면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책 작가인 아내 글로리아와 함께 『The Salty Dog』『Willie Takes a Hike』『Baby in a Basket』 등 많은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매듭을 묶으며』『손, 손, 내 손은』 등 75권이 넘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고, 오랫동안 워싱턴 대학에서 일러스트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200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글작가 정보
  • 이브 번팅
  • 1928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마그데라(Magdera)에서 태어났습니다. 1958년 남편, 세 아이들과 함께 미국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이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빈곤 문제나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주제의 작품 백여 권을 창작했습니다. LA 흑인폭동을 소재로 한 『연기 자욱한 밤 Smoky Night』으로 1995년 칼데콧 영예상을 받았고, 미국어린이책작가협회가 수여하는 ‘골든 카이트’ 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글 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꼬마 곰과 작은 배』『우리 나무가 아파요』『집으로』등의 작품을 썼습니다.
번역가 정보
  • 신혜은
  • 성균관 대학교에서 아동발달을 전공한 아동심리학자로, 지금까지 많은 어린이책을 기획하고 글을 썼으며, 오랫동안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와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연구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기횐 집단 "마중물" 대표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내 배꼽 보았니』, 『비가 오면』. 『나비잠』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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