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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좀비 같은 조랑말과 함께하는 파란만장 여행기
    한 아이가 조랑말을 키웁니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세상에 조금씩 눈떠 가면서 키워 온 아니, 함께 자라 온 조랑말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일부가 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조랑말. 아이는 그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이 조그만 그림책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여행은 고행’이라고들 합니다. 집 떠나면 어쨌든 고생이지요. 하지만 조랑말과 함께라면 아이는 즐겁습니다. 파란 하늘에 새들이 날고, 들판엔 꽃도 피어 있습니다. 아이의 여행은 순조로울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사는 게 어디 그런가요? 언제 어디서 예기치 않은 고난과 마주칠지 모르는 여행길. 아니나 다를까, 웬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고는 아이의 조랑말을 향해 빵! 하고 총을 쏩니다. 조랑말은 조각나고 아이는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조각난 조랑말을 꿰매고 이어 붙이고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가다 보면 깜깜한 밤길도 지날 테지요. 밤이라 해서 고난까지 잠자지는 않는 법. 또 다른 모습의 ‘이상한 녀석’이 아이 앞에 나타납니다. 펑! 광선총을 쏘아 조랑말을 망가뜨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망가진 조랑말을 꿰매고 이어 붙여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길고 긴 여행길에 어찌 평범한 길만 있을까요? 아이는 물속 길도 지나고 묘지 길도 지납니다. 마주치는 ‘이상한 녀석’도 가지가지입니다. 커다란 악어가 나타나 콰직! 조랑말을 박살내고, 해골바가지 유령이 나타나 쉬리릭! 조랑말을 흩뜨려 버립니다. 그래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박살난 조랑말도, 흩어진 조랑말도, 정성스레 추슬러 꿰매고 이어붙입니다.

    그때마다 조랑말의 몸뚱이에는 꿰매고 붙이고 싸 맨 흔적이 늘어나지만, 아이처럼 조랑말 또한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련을 거쳐 단단해진 조랑말은 이제 아이와 함께 두 발로 똑바로 섭니다. 줄곧 아이 뒤를 따르던 조랑말이 이제 아이를 앞서기도 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아이는 상처투성이 조랑말과 함께 걸으며 꿋꿋하게 말합니다.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조랑말과 함께 가는 아이에게, 고난은 좌절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저 극복할 시련일 뿐이지요.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던 ‘이상한 녀석’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요. 아이와 조랑말은 그렇게 꿋꿋이 걸어갑니다. 그 길의 끝이 어딘지, 거기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상한 그림책을 만든 이상한 작가는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누구나, 가슴속에 조랑말 한 마리 키우게 되길. 아니, 조랑말이든 얼룩말이든 기린이든 거북이든…… 죽어도 죽어도 끝끝내 죽지 않는, 좀비 같은 꿈 한 마리.
    출판사 리뷰
그림작가 정보
  • 홍그림
  •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일러스트레이션학교 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조랑말과 나》는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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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올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요 [이상희/한국일보 20180104]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조회수 : 2554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hankookilbo.com/v/48a204dd9ed044298611c3461d7b532f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8.01.04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책 한 권 읽기’는 특히 성과가 미미했던, 지난해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읽다가 만 책이 거처 곳곳에 탑을 이룬 채 갈증과 허기에 속 쓰리던 참의 그 무지막지 졸렬하고 창대한 처방은 서너 번쯤 영혼의 위장을 기름지게 해주었으나, 양가 집안 어른들의 동시 다발 응급 사태로 중단되고 말았다. 삶의 여정이 끝나가는 이, 느닷없는 사고로 몸져누운 이, 읽던 책을 덮는 독자, 다시 길 떠나는 여행자… 독서와 인생과 여행의 공통점은 출발과 여정과 도착에 대한 메타포 외에도 수없이 겹치고 겹친다. 알베르토 망구엘이 ‘은유가 된 독자: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에서 얘기한 바 단테의 인생과 독서와 그 저작 ‘신곡’처럼 긴밀하고도 돈독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은유하고 펼쳐 보이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새 책을 펼치듯 한 해 분량 여정을 다시 길 떠나는 일이다. 그림책 ‘조랑말과 나’의 주인공도 길을 떠난다. ‘나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어요./ 나는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라고 주인공이 소개하고 인사하는 첫 장면은 아이와 조랑말의 두상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얼핏 부담스럽거나 유치하게 여겨지지만, 이들이 길 떠나기 전의 여행자답게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처럼 무결점의 완벽한 존재로서 오직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기 위한 연출이다.

    구름도 새도 저마다 제 자리에서 온전히 날아다니는 맑은 날, 아이와 조랑말은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권총 강도가 나타나 대뜸 조랑말을 겨누고 쏜다. 아이는 씩씩하고 담대하게 사태를 수습한다. 사지를 듬성듬성 꿰맨 조랑말과 함께 다시 나서자니 밤길, 이번에는 난데없이 비행접시가 나타나 조랑말을 해친다. 아이는 이번에도 산산조각 난 조랑말을 수습해 다시 길을 떠나지만 바닷길에서는 악어가, 밤길에서는 귀신이 조랑말을 해친다.

    ‘가다 보면,/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내 조랑말을 망가뜨려요./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나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가 동일하게 네 번 반복되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의 텍스트는 단호하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앞장 선 조랑말과 아이는 뺨에 상처가 났고 조랑말은 길을 나설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전진하고 있는 둘의 표정은 더욱 다부져 보인다. 얼핏 헐렁해 보이지만 장면 곳곳에 만만찮은 유머가 탑재된 이 그림책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접고 그림책 동네로 건너온 홍그림이 5년 가까이 작업한 첫 작품이다. 새로운 길을 걷는 자기 투지와 이상을, 입을 한 일 자로 꾹 다문 채 전진하는 아이와 조랑말 모습으로 투사하고 있다.

    새해의 여정에도 ‘이상한 녀석’은 틀림없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거듭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조랑말은 더욱 너덜너덜 상처투성이가 되겠지만, 독자이자 여행자인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길 위의 독서’도 다시 시도해볼까.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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