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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이 책은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칩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독자를 웃게 만듭니다. 특히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보여 주는 일러스트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빌리발트가 다양한 공주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나 용의 동굴로 가는 길에 늑장을 부리는 장면, 용이 왕자들과 싸우는 장면 등은 하도 볼거리가 많아서 자꾸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거기에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부드럽고 세련된 색채가 더해져 보는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출판사 리뷰
    느리다=뒤처진다???

    아이가 돌이 넘었는데도 걷지 못하면 부모는 생각합니다.
    ‘빠른 애들은 8개월에도 걷는다는데, 얘는 왜 이렇게 느리담?’
    그랬던 아이가 두 돌이 넘어섰는데도 말을 안 하면 슬슬 걱정이 됩니다.
    ‘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검사를 받아 볼까?’
    그러다 대여섯 살이 되도록 글자를 모르면 심한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러고는 결심하지요.
    ‘안 되겠어! 학습지를 알아봐야겠어!’
    학교에 입학해서도 제 시간에 과제를 끝내지 못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이는 ‘특별 관리대상’으로 전락합니다. 느리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뒤처지면 경쟁에서 밀려 결국 제 밥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3살에 유치원 과정을 준비하고 5살이면 한글과 수학을 배우고 초등학교 1학년에 3학년 과정을, 초등학교 5학년이면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세상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지 못하면 정말 낙오자가 되는 걸까요?

    여기, 누구보다 느린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느림보 왕자』의 주인공 빌리발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느려서 형들은 빌리발트를 이름 대신 ‘빈둥빈둥이’, ‘굼벵이’, ‘느림보’, ‘멍청이’라고 부릅니다. 하나같이 한심한 낙오자들에게나 붙일 만한 별명이지요.
    하지만 빌리발트가 정말 게을러서 느린 건 아니었습니다. 빌리발트는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것보다는 신발을 벗고 잔디 위를 걷는 것을 더 좋아했고,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길가에 있는 통통한 벌레를 보는 걸 더 좋아했을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들이 용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러 떠납니다. 빌리발트라고 이런 멋진 모험에서 빠질 수는 없지요! 빌리발트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정말 빨리 떠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리 빠르지는 못했습니다. 먹다 만 아침도 마저 먹어야 했고, 공주에게 줄 선물도 마련해야 했거든요.
    결국 빌리발트는 오후가 되어서야 용의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덕분에 용을 물리치게 됩니다. 다른 왕자들과 싸우느라 지쳐버린 용이 칼 한 번 휘두르지 않은 빌리발트 앞에 쓰러져 버린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현실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빌리발트가 공주를 구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공주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긴 했지만, 빌리발트는 그 목적을 위해 다른 것들을 무시하거나 대충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았기에 빌리발트는 맹목적으로 달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덕분에 주변을 돌아볼 수도, 남을 챙길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주의 사랑을 얻게 되었지요. 하지만 공주를 구하지 못했어도 크게 실망하거나 불행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유롭게 결과를 수용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렸을 테니까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지식을, 더 빠른 속도로 축적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입니다. 이런 와중에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시빌레 하인은 주인공 빌리발트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꼭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요. 진정한 승자란 혼자만 빨리 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 같이 즐겁게 가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옛이야기 비틀어 보기 - 영리하게 뒤틀린 플롯과 정감 있는 캐릭터

    『느림보 왕자』는 기본적으로 옛이야기의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옛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지요. 왕자는 멋지기는커녕 느려 터졌고, 공주는 주근깨 많은 평범한 소녀일 뿐입니다. 용은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귀엽고 안쓰럽기까지 하지요. 이야기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용은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때마침 스스로 걸어 나온 공주는 왕자가 용을 쓰러뜨렸다고 오해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는 사이에 왕자는 공주의 영웅이 되어 버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왕자와 공주는 사랑에 빠지는 해피엔딩. 옛이야기라 하기엔 뭔가 어설프고 이상합니다.
    그래서 『느림보 왕자』는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줍니다. 전형적인 동화 속의 멋진 왕자와 공주는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 주긴 하지만, 꿈은 꿈일 뿐입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을 볼 수도,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느림보 왕자』의 주인공들은 다릅니다. 엉뚱하고, 평범하고, 가끔은 제멋대로인 등장인물들은 우리 자신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우리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만 같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 주어도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전형성을 벗어난 작은 ‘일탈’들이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느리게 봐야 더 재미있는 책!

    이 책은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칩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독자를 웃게 만듭니다. 특히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보여 주는 일러스트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빌리발트가 다양한 공주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나 용의 동굴로 가는 길에 늑장을 부리는 장면, 용이 왕자들과 싸우는 장면 등은 하도 볼거리가 많아서 자꾸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거기에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부드럽고 세련된 색채가 더해져 보는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느림보 왕자』는 빨리빨리 책장을 넘기기가 힘듭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자니 못 보고 지나가는 그림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혹자는 글의 내용과 별 관계도 없는 그림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글 읽는 데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핏 보면 쓸모없는 것 같은, 다소 엉뚱한 이런 그림들이야말로 이 작품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천천히, 여유 있게 즐겨라!’
    그리고 이 철학은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이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글자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까지 찬찬히 뜯어보고 음미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저절로 ‘느림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자, 그럼 이제 천천히 『느림보 왕자』를 펼쳐 볼까요?
그림작가 정보
  • 시빌레 하인
  • 1973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서 태어나 함부르크 조형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1999년부터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2005년 오스트리아 아동 및 청소년 도서 일러스트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 『빛의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책』『사랑해요, 할머니』『세계 최고 공주』『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등이 있습니다.
번역가 정보
  • 민유리
  • 연세대학교 아동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들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신통방통 제제벨』『엄마, 엄마, 엄마!』『사랑과 숫자 세기에 관한 책 10』『일등이 되고 싶은 아이에 관한 책#1』『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동생은 정말 귀찮아!』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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