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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밤에 피는 노란 꽃이 불러온 빛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

    첫 책 『큰할망이 있었어』에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의 힘을 보여 주었던 김영화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이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마음에 가둬 두었던 아름답고도 아픈 기억을 꺼내 찬찬히 풀어 놓았다. 열두 살 어린아이였던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어느 여름밤의 기억은 노란 꽃처럼 환하게 빛난다. 밤에 피는 꽃의 노란 빛처럼, 깜깜한 밤에 잡았던 아버지의 크고 따뜻한 손처럼, 누군가의 외롭고 슬픈 마음에도 환하고 따뜻한 기운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아버지 손을 꼭 쥐었지
    크고 따뜻한 손

    유독 빛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순간. 이 순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얼마나 오래 남을지 막상 그때는 모른다. 평범했던 어느 여름날, 열두 살 여자아이에게 평생 사라지지 않을 빛나는 순간이 생겼다.

    노을이 붉게 물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콩밭에서 아버지는 허물어진 밭담을 다시 쌓느라 바쁜데, 꽃을 좋아하는 아이는 들판에 핀 꽃들을 보느라 잡초 뽑는 일은 뒷전이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빛 하나 없는 숲길은 깜깜하고 무섭기만 하다. 아이는 얼른 쫓아가 아버지 손을 잡는다. 크고 따뜻한 손. 이제 괜찮다.

    무섭던 마음이 가라앉자 그제야 억새밭에 노란 점들이 흔들리는 게 눈에 들어온다. 뭘까? 별들이 내려앉았나? 노란 점은 활짝 핀 노란 꽃이었다. 아버지는 밤에 피어서 도깨비 닮은 꽃이라고 알려 준다. 그렇게 아버지 손을 잡고 걷는 여름밤은 예쁜 노랑과 함께여서 더 좋았다.

    깜깜한 그 길에서 노란 꽃은
    언제나 나를 지켜보았지

    아버지는 막내딸이 예쁘다고 했던 노란 꽃을 캐다가 마당에 심어 준다. 내년부터는 우리 집 마당에도 노란 꽃이 필 거라는 말과 함께. 꽃은 자라서 꽃망울이 곧 터질 듯 부풀어 오르지만 뭔지 모를 불안감에 막내딸의 가슴은 쿵쿵 뛴다.

    아버지가 심어 준 꽃은 활짝 피었는데, 아버지는 없다. 꽃이 피던 밤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길을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른 채 아버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 마음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아이는 찬란하게 피어나는 노란 꽃을 쳐다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노란 꽃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누구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노란 꽃을 이야기하려면 아버지가 떠오르는데,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눈물이 흘러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으니까.

    소중한 누군가를 갑작스럽게 잃어버리고 그 뒤에 남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김영화 작가는 노란 꽃의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로 바꾸어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길을 걷고 또 걸으며, 그 길에 함께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깜깜한 밤길을 잘 걷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기억 저편에 가둬 두었던 노란 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노랑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노랑원추리 꽃을 보고,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난 이제 괜찮아. 어디든 날아가도 좋아. 바람처럼 흩어졌다가 누군가 길을 잃고 외로워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피어나렴. 별처럼 빛나는 환한 노랑으로.” 슬프고 외로웠던 어린 여자아이는 이제 노란 꽃을 그리며 슬프고 외로울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한다. 끊임없이 선을 긋고, 색을 칠하며, 스케치북 수십 권을 채워 간다. 노란 꽃이 누군가의 곁에도 피어나기를, 노란 꽃의 환하고 따뜻한 기운이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를 바라면서. 『노랑의 이름』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그림작가 정보
  • 김영화
  • 제주도 중산간 작은 마을 난산리에서 태어났고 넓은 오름 자락을 뛰어다니며 자랐다. 어릴 적 그 기억들은 언제나 따뜻한 위로가 되고 변하지 않는 벗이 되어 주었다.
    흙, 한지, 염색천, 지끈 등의 자연 재료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요즘은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제주에서 그림책 전시 기획을 하면서 그림책의 입체 표현 방식에 대한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흙을 만지고, 실을 꼬고, 바느질을 하며 쉴 새 없이 바쁘지만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에 늘 힘을 얻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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