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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에는 어떤 꿈이 담겨 있을까…'나의 작은 집' [국제신문_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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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28
    조회수 : 816

    미디어 : 국제신문

    원문 : http://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code=0500&key=20160910.22013191611

    필자 : 최민정 기자

    등록일 : 2016.09.09 (금)

    말이면 온 가족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던 프로그램 중에 '러브 하우스'가 있었다. 매주 어려운 이웃집을 찾아가 건축가와 진행자가 그들의 사연을 듣고 집 전체를 고쳐주고 그들의 삶에 맞게 장식했다. 원래의 집이 불편하고 누추할수록 변신한 집이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는 커졌다. 러브 하우스가 오랫동안 사랑 받으며 방영될 수 있었던 건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는 데만 있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에게 좋은 집을 보상해줌으로써 더 잘 살길 응원하고, 동시에 나도 '어떤 집에서 살아야지'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였다.
     
    책 '나의 작은 집'을 보며 러브하우스가 떠오른 건 바로 그러한 점 때문이었다. 이 그림책도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나아가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오래되고 낡은 소박한 집에 다섯 주인이 거쳐 간다. 이 집은 정비사의 집에서 사진사의 집을 거쳐 홀로 사는 할머니의 집, 모자가게 청년들의 집, 아가씨의 찻집이 된다.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집에 그들의 꿈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책은 같은 집에 살았던 집 주인들의 꿈을 그림으로 펼쳐놓는다. 마치 남의 집에 초대되어 구경하러 간 것처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은 집에 살았던 사람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벽체, 지붕, 마당 등의 공간을 다르게 표현하고 소품도 하나하나 살아 있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정비사 아저씨는 언젠가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을 꿈꾼다. 온 동네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초원 사진관 아저씨는 아프리카에 가서 마음껏 사진을 찍길 바란다. 혼자인 할머니는 길고양이들과 외로이 가족을 기다린다. 모자가게 청년들은 알록달록한 모자를 100가지 만든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다른 집에 이사를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꿈을 이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럴 수 있는 건 그들의 집에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 집은 공구와 자동차 설계도로, 사진사 집은 카메라와 사람 사진들로, 모자 가게 청년들의 집은 독특하고 색다른 모자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모델이 된 '작은 집'은 실제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가는 자신이 작업실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찻집 아가씨의 집에 정비사, 사진사 등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아가는 것을 보면 뭉클하다. 흘러간 시간 속에 한 집이 담아낸 역사성이 느껴진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어른이든 어린 독자든 스스로 묻게 된다. 우리 집에는 어떤 꿈이 담겨 있는가.

     

     

    마포구 배경… 젠트리피케이션 속 개인들의 소소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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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03
    조회수 : 880

    미디어 : 문화일보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90201032712000001

    필자 :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등록일 : 2016.09.2 (금)

    어떤 공간이나 장소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우리는 늘 달라지지 않는 수동적인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종로1가가 어느 날 갑자기 퇴계로로 이동하는 일은 없고 북한산은 변함없이 한자리에 있다. 하지만 공간은 종종 내 삶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준다. 어떤 좁고 긴 골목에 들어서면 경외감이 들고 위축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어떤 공연장이 유난히 관객들의 호응을 더 전폭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한다. 특히 우리가 날마다 잠들고 깨어나는 집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는다. ‘그 집에 살 때’로 기억하는 화목한 순간, 그 집의 안온한 뒷마당 덕분에 가능했던 도전들, 잊을 수 없는 큰 창의 햇빛 같은 요소들은 훗날 ‘그 집 덕분이었다’는 감사의 말로 그리운 공간을 추억하게 만든다.

     

    ‘나의 작은 집’은 정든 공간의 소중함을 말하는 그림책이다. 표지에는 사람이 없는 텅 빈 거리가 나온다. 면지를 펼치면 고양이 한 마리와 네 사람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책이 시작되면 마치 뛰쳐나오기로 약속한 것처럼 수많은 이웃이 왁자지껄하게 등장한다. 쓰레기봉투를 볼 때 아마도 망원이나 상수 어디쯤일 것 같은 서울 마포구의 한 동네가 배경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삼일 카 센타’로 쓰이던 작은 벽돌집이다. 이 집에 살던 아저씨는 늦은 밤까지 자동차를 고치고, 잠이 들어서는 자신이 개발한 ‘뉴 모델’ 자동차를 타고 연인과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이 집에 그다음으로 살았던 사람은 초원 사진관의 사진사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집에 와서 자신의 사연을 남겼다. 한때는 외로운 할머니의 집이었고 모자를 만드는 발랄한 청년들이 거쳐 가기도 했다. 지금은 차를 좋아하고 그림을 사랑하는 한 아가씨의 찻집이 됐다.

    집을 주인공으로 삼아 삶을 말하는 그림책은 여럿 있었다.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 집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인노첸티의 ‘그 집’이 수백 년 동안 화려하고 처절하게 스쳐 지나간 거대 역사의 증인이었다면 ‘나의 작은 집’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속에서도 옛 모습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아주 소소한 개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낡고 작은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아가씨는 이 집을 허물지 않고 자신만의 작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꿈꾸지 못했을 삶과 생활양식을 발견한다. 이 그림책과 달리 마포의 몇몇 동네는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게 변화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달라지는 마포의 생생한 기록이면서 마포에 대한, 달라지지 말아 달라는 희망이기도 하다.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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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속 아가, 달이 돼 구름 위를 산책하렴 [국제신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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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0-06
    조회수 : 661

    미디어 : 국제신문

    원문 : http://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code=0500&key=20160924.22013192656

    필자 : 최민정 기자

    등록일 : 2016.09.23

    달빛이 좋은 이유는 밤을 덜 외롭게 하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모든 것을 품어주는 듯한 달빛은 따뜻하다. 그림책 '달님의 산책'은 신나게 놀다가도 밤이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어린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맘껏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속 '달님'은 아기와 닮았다. 흔히 떠올리기 쉬운 노란 보름달이 아니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작은 눈, 발그레한 노란 볼이 통통하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떠오르게 한다.
    어린 독자와 닮은 달님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걸어다닌다. 어른 독자에게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 달님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밤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나와 풀 냄새를 맡으며 감동한다.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를 구경하고 '야옹야옹' 자신을 부르는 고양이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또 흰 구름으로 수염을 만들며 그들과 장난을 친다.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달빛이 비치는 곳이다. 달님은 환한 빛으로 새끼 토끼에게 엄마 토끼를 찾아주고 길을 잃은 다람쥐에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끼룩끼룩'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길도 비춘다. 달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만나 달빛은 더욱 따뜻하다.
    신비로운 밤과 하늘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들판, 숲 속, 마을이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풀잎, 고양이 털 하나까지도 섬세한 붓 터치가 느껴진다. 밤이 깊어갈수록 맑았던 하늘은 파란색에서 남색으로 변화하며 점점 더 짙은 어둠을 표현한다. 따뜻하면서도 다채로운 하늘의 색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고운 밤하늘 위에 투명하게 보이는 달님의 모습은 수작이라 할 만하다. 작가는 이런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소금을 이용했다. 완성된 그림 위에 소금을 뿌리고 시간이 지나 걷어 낸 뒤 다시 덧칠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림 하나하나에 작가의 정성과 시간이 베여 있는 것이다.


    마을과 하늘을 배경으로 떠오른 달은 어쩌면 매우 평범한 그림이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 섬세한 그림, 곳곳에 배치된 의성어와 의태어 등이 어우러지면 얼마든지 다채로울 수 있음을 책은 보여준다. 사물을 바라보는 어린 독자의 시야를 넓히고 상상하는 재미를 키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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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요 [이상희/한국일보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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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조회수 : 2836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hankookilbo.com/v/48a204dd9ed044298611c3461d7b532f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8.01.04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책 한 권 읽기’는 특히 성과가 미미했던, 지난해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읽다가 만 책이 거처 곳곳에 탑을 이룬 채 갈증과 허기에 속 쓰리던 참의 그 무지막지 졸렬하고 창대한 처방은 서너 번쯤 영혼의 위장을 기름지게 해주었으나, 양가 집안 어른들의 동시 다발 응급 사태로 중단되고 말았다. 삶의 여정이 끝나가는 이, 느닷없는 사고로 몸져누운 이, 읽던 책을 덮는 독자, 다시 길 떠나는 여행자… 독서와 인생과 여행의 공통점은 출발과 여정과 도착에 대한 메타포 외에도 수없이 겹치고 겹친다. 알베르토 망구엘이 ‘은유가 된 독자: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에서 얘기한 바 단테의 인생과 독서와 그 저작 ‘신곡’처럼 긴밀하고도 돈독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은유하고 펼쳐 보이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새 책을 펼치듯 한 해 분량 여정을 다시 길 떠나는 일이다. 그림책 ‘조랑말과 나’의 주인공도 길을 떠난다. ‘나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어요./ 나는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라고 주인공이 소개하고 인사하는 첫 장면은 아이와 조랑말의 두상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얼핏 부담스럽거나 유치하게 여겨지지만, 이들이 길 떠나기 전의 여행자답게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처럼 무결점의 완벽한 존재로서 오직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기 위한 연출이다.

    구름도 새도 저마다 제 자리에서 온전히 날아다니는 맑은 날, 아이와 조랑말은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권총 강도가 나타나 대뜸 조랑말을 겨누고 쏜다. 아이는 씩씩하고 담대하게 사태를 수습한다. 사지를 듬성듬성 꿰맨 조랑말과 함께 다시 나서자니 밤길, 이번에는 난데없이 비행접시가 나타나 조랑말을 해친다. 아이는 이번에도 산산조각 난 조랑말을 수습해 다시 길을 떠나지만 바닷길에서는 악어가, 밤길에서는 귀신이 조랑말을 해친다.

    ‘가다 보면,/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내 조랑말을 망가뜨려요./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나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가 동일하게 네 번 반복되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의 텍스트는 단호하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앞장 선 조랑말과 아이는 뺨에 상처가 났고 조랑말은 길을 나설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전진하고 있는 둘의 표정은 더욱 다부져 보인다. 얼핏 헐렁해 보이지만 장면 곳곳에 만만찮은 유머가 탑재된 이 그림책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접고 그림책 동네로 건너온 홍그림이 5년 가까이 작업한 첫 작품이다. 새로운 길을 걷는 자기 투지와 이상을, 입을 한 일 자로 꾹 다문 채 전진하는 아이와 조랑말 모습으로 투사하고 있다.

    새해의 여정에도 ‘이상한 녀석’은 틀림없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거듭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조랑말은 더욱 너덜너덜 상처투성이가 되겠지만, 독자이자 여행자인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길 위의 독서’도 다시 시도해볼까.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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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감기에 걸렸다고? [한국일보_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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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23
    조회수 : 711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s://www.hankookilbo.com/v/5426f65f8eca43b1ad7c8f5bbb265bd2

    필자 : 소윤경, 그림책작가,

    등록일 : 2016.09.23 (금)

    바다 속, 알록달록한 작은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더 커다란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반면, 배고픈 아귀는 이 영리한 사냥감들의 무리를 흩어지게 할 묘책을 궁리 중이다. 아귀가 꾀를 낸다. 물고기 무리를 쫓아가면서 빨강 물고기들이 감기에 걸렸다고 소리친다. 황당무계한 소문에 물고기들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감기를 옮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된다.

    빨간 물고기들이 원래부터 자신들은 빨갰다고 항변하지만 무리에서 쫓겨난다. 아귀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빨간 물고기들을 날름 잡아먹는다. 아귀가 이번에는 노란 물고기도 감기에 옮았다고 한다. 노란 콧물 색이 감기 걸린 증거라는 것이다. 노란 물고기들도 무리에서 쫓겨나 아귀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연이어 파란물고기들까지도. 그때서야 한 물고기가 이 소문의 진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머지 물고기들은 안타깝게도 두 편으로 분열되어 서로 싸워댄다. 아귀는 유유히 나머지 물고기들을 덥석 삼켜버린다.

    박정섭 작가의 ‘감기 걸린 물고기’는 유쾌한 이야기 같지만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편이 서늘해지는 그림책이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정치, 사회적 사안들이 이슈화 될 때마다 어김없이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지곤 한다. 사실 여부는 상관없다. 매스미디어는 진실보다 현상에 초점을 맞춰 스캔들을 퍼트린다. 개인 SNS를 통해 스캔들은 더욱 과열된다. 이쯤 되면 신상 털기와 유언비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변변한 대응도 못한 채 다수의 분노 앞에 고개를 숙인다.

    사람들은 항상 마녀사냥처럼 집단분노의 대상들을 찾아왔다. 결국 중대한 정치적 사안들의 주인공들은 위기를 모면하고, 마녀가 된 사람들은 다수의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 엎드려 지내야 한다. 결코 연예인들만이 희생양은 아닐 것이다. 감기에 걸려버린 사회의 사람들은 누구나 배고픈 아귀의 뱃속으로 들어갈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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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도 매혹된 ‘동물의 기품 있는 죽음’ [한국일보_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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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23
    조회수 : 746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646a6e884efb44c086ab075621d774ec

    필자 :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등록일 : 2016.09.09 (금)

    ‘시튼 동물기’를 읽으면 ‘시튼 동물기’가 읽고 싶어진다. 물론 둘은 다른 책이다. 앞엣것은 고은 시인의 시에 그림책 작가 한병호가 그림을 그려 꾸민 그림책, 뒤엣것은 동물학자이자 작가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 쓴 동물문학의 고전이다.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차령이는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잠자기 전에도/ 책을 읽어요/ 그런 책 가운데/ 시튼 동물기가 있어요” 화면에는 책이 한 권 서 있다.

     

    표지에는 여우와 부엉이와 토끼와 곰이, 나뭇등걸과 풀밭과 호수가 빼곡하다. 벌어진 책장 사이로 살쾡이가 고개를 배죽 내밀고 늑대가 훌쩍 뛰어들고 나뭇가지가 넌지시 돋아난다. 책장을 넘기니 날카로운 눈매의 늑대들이 활기차게 숲길을 달린다. 엄마는 아이에게 같은 책을 왜 자꾸 읽느냐고 묻는다.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 나는 여기가 참 좋아요/ 이리 왕 로보의 당당한 죽음/ 회색 곰 와프의 죽음이 좋아요” 늑대 로보는 존엄성과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다. 무리를 이끌며 드넓은 목장 지대를 휩쓸던 천하무적 늑대가 사람들에게 제 짝을 잃고는 슬픔을 못 이겨 파멸의 길에 들어섰다. 덫에 걸린 로보는 물도 먹이도 마다하고 “사람보다 당당하게” 위엄을 지키며 숨을 거둔다. 회색 곰 와프는 일찍이 사냥꾼의 총에 가족을 잃고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온전히 제 힘으로 자신의 왕국을 세웠다. 그러나 외톨이 꼬마 곰을 숲의 지배자로 만들어준 시간이 다시 그를 병들고 쇠약한 존재로 바꾸어놓자, 제 발로 독가스를 내뿜는 죽음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아주 새록새록” 죽어간다.

    ‘시튼 동물기’ 속 동물들은 제 몫의 삶을 제 의지대로 살아가는 매혹적인 존재다. 그들은 거칠고 당당하며 자유롭고 시련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시인은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아이, 그들의 죽음이 저마다 파란만장한 삶의 완성이며 슬프고도 찬란한 순간이라는 걸 이해하는 아이를 보여준다.  간결하고 리드미컬한 시어 속에 담긴 세계는 깊고 아련하다. 화가는 서사를 촘촘히 쌓아 올리기보다 시가 연상시키는 어떤 느낌, 어떤 정서에 주목하여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백한 석판화로 그려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느끼고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운다. 이 그림책은 백여 년 세월을 가로지르며 여전히 깊은 감동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시튼 동물기’에 대한 흥미로운 독후감이다.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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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영혼이 먹은 양식들 [레디앙_20160831]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29
    조회수 : 770

    미디어 : 레디앙

    원문 : http://www.redian.org/archive/101889

    필자 : 이루리, 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등록일 : 2016.08.31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심야 이동도서관』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요즘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래픽 노블’이지요. 저는 ‘그래픽 노블’을 그림책의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과 만화가 모두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 낳은 자식이라면, 그래픽 노블은 독립했던 그림책과 만화가 부모인 문학과 미술을 찾아와 벌이는 가족 잔치인 셈이니까요. 조만간 그림책이 영화나 연극이나 문학처럼 독자적인 예술 장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날이 오면, 그림책마다 ‘연소자 열람’이나 ‘19세 이상 열람’ 같은 연령별 권장 라벨이 붙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라벨이 붙더라도 그림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날이 하루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심야 이동도서관

    심야 이동도서관을 처음 본 것은 새벽 네 시에 레이븐스우드 가를 걷고 있을 때였다.-본문 중에서

    주인공 알렉산드라는 새벽 세 시에 남자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거리에 나와 길을 걷다가 심야 이동도서관을 발견합니다. 캠핑카를 개조해서 만든 이동도서관에서는 팝송 <아이 샷 더 셰리프>가 흘러나오고 운전석에는 노신사가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라가 관심을 보이자 노신사는 명함을 건넵니다. 명함에는 ‘심야 이동도서관 사서 로버트 오픈쇼 개관시간: 저물녘부터 동틀 녘까지’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합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알렉산드라라면 ‘심야 이동도서관’에 들어갈까요? 그리고 과연 ‘심야 이동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정말 책을 좋아하고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심야 도서관’일까요?

    신기하고 이상한 심야 이동도서관

    알렉산드라는 이동도서관에 올라 서가를 둘러봅니다. 처음엔 어린이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사이에 교과서가 섞여 있고 가정용 성경과 사진첩과 전화번호부처럼 보통 도서관에는 없는 책도 보입니다. 어떤 책에는 책등에 분류기호와 숫자가 적혀 있고 어떤 책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주제가 일관되지도 않고 분류체계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사서라는 로버트 오픈쇼가 여기저기서 책을 훔쳐다 모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서가를 따라 걷는 동안 알렉산드라는 뭔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서가에 꽂힌 모든 책들이 바로 자신이 이미 과거에 읽은 책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서가에는 심지어 자신이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책들까지 꽂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라는 그곳에서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을 모아둔 도서관이 있다면?

    보다시피 이동도서관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읽은 모든 인쇄물을 소장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이용자를 위해서도 늘 준비되어 있죠.-본문 중에서

    자신이 읽은 모든 인쇄물을 모아둔 도서관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런 도서관을 갖고 싶을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도서관을 숨기고 싶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도서관이 존재하든 않든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성장시킨 영혼의 양식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이 우리의 몸을 만들 듯이 우리의 영혼이 먹은 양식들, 책과 음악과 그림과 영화와 연극과 드라마와 만남과 대화와 경험이 지금 우리의 영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첫 책은

    제가 기억하는 첫 책은 어떤 전래동화집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동화를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그 가운데 ‘꽃 미치광이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는 모두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꽃 미치광이 할아버지’ 때문에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여전히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책을 좋아한 형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들을 보며 자랐지만 머리로 읽은 책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반면에 가슴으로 읽고 마음에 남은 책들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프레드릭』,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같은 책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심야 이동도서관』도 제 마음에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웃기거나 찡하거나

    웃기거나 찡하거나! 누군가 저에게 책을 고르는 기준을 물었을 때, 제 머리에 떠오른 답입니다. 저는 언제나 웃기거나 찡한 책을 고릅니다. 웃음과 눈물이 제 감정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바로 기쁘거나 슬픈 감정이 인간이 영혼의 존재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심야 이동도서관』은 인간의 영혼에 관한, 아주 놀랍고도 환상적인 작품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고 아주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육체의 탄생과 죽음이 아니라 영혼의 삶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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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 때문에 산에서 쫓겨난 멧돼지는 어디로… [한국일보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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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1-09
    조회수 : 471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s://www.hankookilbo.com/v/11c9578c4b814d8b950d9694585145c8

    필자 : 소윤경.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6.11.04

     

    가을철이면 월동준비를 앞두고 먹을 것을 찾아 도시에 나타난 멧돼지들이 뉴스에 자주 출연한다. 방향을 잃고 질주하는 이 불청객들에게 혼비백산한 채로 쫓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투우 경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경찰들이 쏜 총에 맞고 누운 멧돼지 사체를 확인하는 것으로 해프닝은 끝이 난다.

    권정민 작가의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난개발로 인해 산에서 쫓겨난 멧돼지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사투(?)를 유쾌 발랄하게 기록한 그림책이다. 책 표지를 열면 책상에 앉은 멧돼지 한 마리가 뭔가를 적고 있다. 동족들에게 자신의 도시 이주 경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 가족들은 엉겁결에 서울이라는 도시로 내몰렸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낯선 도시는 이들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위험천만하고, 배고프며, 심지어 이유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기까지도 한다. 시급한 것은 어린새끼들을 데리고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반드시 집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담한 문체의 생존교본은 주인공 멧돼지의 절박한 상황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대략적인 지침들은 이런 식이다. 하루아침에 집이 없어져도 당황하지 말고 새 집을 찾아 나설 것,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할 것,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먹어 둘 것, 새로운 동네에 왔으면 분위기를 파악할 것, 수상한 녀석들이 나타나면 일단 피할 것. 그림 속에서는 청계천, 광화문 등 실제 서울이 배경이 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멧돼지의 표정과 동작을 익살맞게 그려냈다. 절대 절명의 심각한 상황에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현대 건축과 토목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매일매일 지도를 바꿔 나간다. 자고 일어나면 산이 통째로 깎여 나가고, 바다가 육지로 메워지고, 강이 멈춰 선다. 하지만, 지도상에 표시된 몇 평, 몇 킬로미터라는 치수로는 측정 되어지지 않는 값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곳에 살던 생명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무렇지 않게 깔아뭉개고 절단 내버린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이웃들과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흩어졌을까? 낡은 집들이 헐린 자리에 지어진 마천루 같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편히 살고 있을까? 그림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짠한 것은 멧돼지들의 모습이 오늘날 도시 서민들의 서글픈 자화상과 닮아있어서 이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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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동물’ 정성스레 장례 치러주는 할머니 마음 [김지은/문화일보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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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2-14
    조회수 : 419

    미디어 : 문화일보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02101032712000002

    필자 :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등록일 : 2016.10.21

     

    그림책이 엄숙한 주제를 다루면 어른들은 이를 낯설게 여기곤 한다. 그러나 어린이야말로 깊이 있는 질문을 하루 종일이라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밝은 색채나 귀엽고 익숙한 그림체를 써야 한다는 편견도 많은데 혁신적인 시도가 들어 있는 그림책을 통해 얻는 예술적 충격이야말로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부분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잘 가, 안녕’은 ‘감기 걸린 날’로 우리를 뭉클한 감정에 빠뜨린 바 있는 김동수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어느 어두운 밤, 강아지 한 마리가 트럭에 치여 죽으면서 시작한다. 리어카를 끌던 할머니는 죽은 강아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다. 여기서부터 놀라운 장면이 이어진다. 그곳에는 뱀, 부엉이, 개구리, 고라니와 족제비의 시신도 놓여 있다. 그로테스크한 순간이지만 독자는 할머니가 왜 이들을 방 안에 눕혀 놨는지 알고 싶어서 눈을 뗄 수 없다. 책장을 넘기면 할머니의 진심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동물들은 모두 차에 치인 뒤 목숨을 잃었고 할머니는 그들의 장례를 정성스럽게 치러 주려고 했다. 반짇고리를 꺼내 뱀의 몸통을 꿰매어 잇고 부엉이의 눈을 감겨주며 납작해진 개구리는 풍선처럼 바람을 분 뒤 생기 있는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족제비는 상상초월의 방법으로 따뜻한 새 꼬리를 얻는다. 독자는 무뚝뚝해 보이는 할머니가 이끄는 성스러운 입관 절차를 지켜보면서 고요히 애도에 동참하게 된다. 장례식의 조문객은 독자들 말고 더 있다. 강아지의 교통사고를 목격했던 길고양이는 밤새 할머니의 집 지붕을 지키다 가고, 꽃다발을 들고 리어카를 밀며 나루터로 발인하러 가는 길에는 오리들이 마중을 나온다. 이 오리는 작가의 전작에서 오리털 점퍼에 빼앗긴 털을 되돌려받아 무사히 살아난 바로 그 오리들인 듯하다. 

     

    할머니가 이름 모를 동물들을 위해 올리는 이별 의식은 경건하고 아름답다. 조각배에 단정히 실린 동물들, 그 동물의 영전에 올리는 하얀 꽃송이를 보면 울컥 눈물이 난다. 일곱 마리 오리가 조각배를 끌고 연꽃 가득한 저세상으로 떠날 때 독자는 부디 행복하길,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을 겪지 않길 바라며 추모의 말을 읊을 것이다. 약한 동물들의 가는 길을 돌보는 할머니가 독거 노인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할머니는 ‘얼마나 아팠을까’ ‘이불이 좀 작나’하고 읊조리며 동물들을 돌본다. 곧 떠날 사람이 다른 떠나는 이들을 다독이는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로드킬 당한 동물 떠나 보내는 할머니의 수레 [한국일보 20161006]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0-14
    조회수 : 652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de19d07fe0eb41978937418daf543642

    필자 : 김장성. 그림책 작가, 출판인

    등록일 : 2016.10.06

     

    산 것은 결국 죽는다. 그래서 죽음은 모든 생명의 숙제다. 언젠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숙제.

     

    산 자들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 그러나 아는 이 아무도 없으며, 설명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살아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므로. 하여 우리는 그것을 그저 상상할 뿐이다. 타자의 죽음을 통해서만. 상상의 가장 분명하고 구체적인 매개는 죽은 타자의 몸뚱이-시신이다.

    인간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식물의 것조차도 죽은 몸뚱이는 불길하다. 썩을 것이기에 추하고 불결하며 두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불길한 상상을 원치 않으므로, 인간은 시신을 오래 방치하지 않는다. 동족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짧은 애도의 시간을 보낸 뒤 파묻거나 태우거나 바람에 삭힌다. 물에 띄워 보내거나 새에게 먹여 하늘로 올려 보내기도 한다. 그 모든 조치와 절차들은 존엄한 생명, 인간의 시신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오래도록 방치되는 시신들이 있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에서, 무심한 차바퀴에 치이고 밟히고, 부서지고 또 으스러지는 동물의 시신들-‘로드킬’의 흔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죽음인 ‘비명횡사’의 동물 버전이며,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 뒤의 상태인 ‘유기된 사체’의 동물로 표현된 형상들이다. 우리는 그 처참한 시신들 앞에서 어떤 상상을 해야 하는가. 무슨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어떤 예의를 표해야 하는가.

    이 그림책은 그 서글픈 죽음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요, 슬픈 영혼들을 달래는 씻김굿이다. 굿을 베푸는 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 어느 밤, 강아지 한 마리가 트럭에 치여 죽는다. 할머니가 발견하고 손수레에 실어 집으로 데려간다. 식구도 없이 홀로 사는 집. 거기엔 그렇게 길에서 죽은 갖가지 동물들이 누워 있다. 할머니는 훼손된 시신들을 정성스레 복원한다. 토막 난 뱀 허리를 꿰매어 잇고 다 빠져 버린 부엉이의 깃털을 제자리에 꽂아 준다. 납작해진 개구리가 다시 통통해지도록 만져 주고 내장이 비어져 나온 강아지의 배를 봉합한다. 옆구리 터진 고라니, 꼬리 잘린 족제비가 그렇게 제 모습을 찾는다. 할머니는 그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한 방에 뉘여 하룻밤을 함께 잔다. 그리고 새벽, 할머니는 동물들을 손수레에 싣고 강가 나루터로 간다. 조각배에 그들을 고이 누이고 꽃 장식을 해 준다. 흰 오리들이 조각배를 끌고 강으로 나아간다. 망자들이 건너는 저승의 강일까. 하늘에 발갛게 새벽놀이 물드는데, 한바탕 굿을 베푼 할머니가 손을 흔든다. “잘 가, 안녕!” 곁에는 빈 수레가 놓여 있다. 수레는 다시 시신들로 채워지리라.

    로드킬은 속도에 적응 못한 생명들에 가해지는 문명의 폭력이다. 폭력에 희생된 죽음은 처참하다. 허나, 이미 죽은 자에게야 어떤 죽음이든 무슨 의미가 있으랴. 죽음이란 산 자들에게만 의미 있는 법. 처참한 주검은 처참한 상상을 부른다. 처참한 상상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죽음의 상상이 처참한데 삶이 명랑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로드킬은 인간의 문제다. 그것을 막는 것도, 뒤처리를 하는 것도.

    그림책에서는 그 뒤처리를 할머니가 하고 있다. 신산난고 다 겪어 내고, 자신을 소진하며 생명을 키우는 할머니들은 모두, 바리데기다. 할머니가 베푸는 씻김굿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그래서 더 쓸쓸하다. 따뜻하고 쓸쓸한 굿판을 덮으며 죄 없이 죽어간 모든 생명들의 명복을 빈다.

    김장성 그림책작가ㆍ출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