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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떼야 날아오르라~!
    별점 :
    작성자 : 최혜정
    2020-01-27
    조회수 : 606

    표지의 막두 할매를 바라보고 있으면 고된 세월을 이겨낸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표정이 참 힘이 있어보인다. 

    막두할매는 늘 빨간 옷을 입고 있다.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고 피란을 온 어린 막두의 옷도 빨간색이다.

    '헤어지면 영도다리로 오라'고 한 엄마의 말 한마디를 삶의 끈으로 붙잡고 60여년을 다리 곁을 떠나지 못한채 자갈치 시장에서 생을 보내는 막두.

    부모, 가족 없이 어린 막두가 처음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장면에서 내 눈은 막두를 바라보는 주변의 걱정어린시선과 마주한다. 하지만 어린 막두의 모습은 꿋꿋하다.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보다 언젠가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 기대었을 법한 의지로 하루, 십년, 이십년, 삼십년, 60년을 살아간 막두.

    거대한 벽처럼 가장 큰 두려움의 존재이자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영도다리'의 존재를 비로소 똑바로 마주하게 된 장면에서는 막두의 두 눈이 힘있게 클로즈업 된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했던 마음 안에는 60년을 굳건히 살게하는 힘도 있었지만, 혹여나 가족을 만나지 못한다면...이라는 불안함을 내재하고 있었을 터.

    이제는 가족을 만날 수 있든 없든, 막두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오마니, 아바이, 대단하지요? 막두도 저만치로 대단하게 살았심더." 고백하는 막두의 말에서 그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림책 <막두>는 스토리에서 주는 감동도 크지만

    36페이지 안에서 펼쳐지는 글의 구조에 군더더기가 없어 더 몰입하게 한다.

    앞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대사를 비교해보자.

    "별론 것 같은데. 아가미가 덜 붉다. 살도 덜 탱탱하고." "아이구~, 당신보다 싱싱하요!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고마."로 시작해서 

    '"이리와요, 이 도미 함 보소! 내만치로 싱싱하다!"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할매의 목소리를 싱싱한 도미보다 더 싱싱합니다.'로 맺는 걸 알 수 있다. 

    '삶이 평탄치만은 않았겠구나...' 싶은 불뚝스러운 말투로 막두의 첫 이미지를 그려낸 작가는 '막두=고집스럽고 강한 이미지'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놓고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치매 어매를 가진 손님에게 친절하게 광어에 도미까지 서비스로 주며 몸을 기울여 걱정해주는 자상함이나 이웃 아지매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어대는 할매의 유쾌함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가. 

     

    그림책의 내지에 펼쳐진 노란바탕의 꽃무늬는 어떤 의미일까?

    그 첫 장면은 커피 아지매의 꽃무늬 바지로 시작한다.

    '나도 저래 젊을 때가 있었지..'하며 회상씬으로 연결하는 탁월함! 그리고 흑백 이미지로의 전환.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노란 꽃무늬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불쑥 내민 막두 할매의 모습에서 건강한 내면의 성장이 환희 보인다. 

    여러 모양으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는 이들에게 '언젠가는 이렇게 내안에 힘이 생길거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꽃이 피어 나온다. 꽃을 맺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까...

    사람들마다 그 시기가 다 다를터, 그러나 누구나에게 주어진 삶의 씨앗.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이 그 씨앗을 썩히지 않고 건강하게 가꾸어 가길 기도해본다.

    특별히 60여년전의 어린막두처럼 톡하면 놓칠 것만 같은 희망과 두려움의 벽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아직도 전쟁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내면에 갈매기 떼가 높이 날아오르는 일이 펼쳐졌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