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은(Taeeun Yoo)
  • 미국 뉴욕 브루클린 모건(Morgan) 전철역 인근의 한 5층짜리 회색 건물. 한때 공장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작업실로 개조돼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예술가들이 작품세계를 펼쳐가는 데 이용되고 있다. 226호의 한국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유태은(34)씨도 그 예술가들 중 한 사람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에게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신인상, 에즈라 잭 키즈 상,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상 등을 안겨준 작품들이 탄생했다.

    “동양화밖에 몰랐던 제가, 한국 이외의 땅에서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던 제가 미국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이런 상까지 받게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유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선화예중·선화예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에 진학한 어느 날 문득 순수 미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 뒤 우연히 찾은 이탈리아 ‘볼로냐 칠드런스 북페어(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그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순수 미술은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가 갤러리로 제한된 반면 일러스트레이션은 책을 통해 대중과 더 가깝고 자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대학 졸업 뒤 2년간의 유학 준비를 거쳐 미국 SVA(School of Visual Art)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과정을 밟았다. 수줍음 많고 영어에 자신도 없었던 유씨였지만 ‘아웃사이더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놀아도 학교에서 놀고, 한국인 커뮤니티는 일부러 찾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성격까지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대학 재학 중 틈틈이 준비한 포트폴리오로 졸업 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덕분에 졸업 작품인 『작은 빨간 물고기(The little red fish)』를 졸업 1년 만인 2007년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림은 물론 글도 직접 썼다. SVA에서 들었던 작문 강좌를 십분 활용했다. 이 책은 한국·호주·일본·스페인에서 차례로 번역돼 출판됐다. 그는 이 책으로 미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가 주는 신인상(Founder’s Awards)을 수상했다. 이후 매년 꼭 한 권씩 책을 내 현재 다섯 번째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은 세 번째 책 『마녀만이 날 수 있어요(Only a witch can fly)』. ‘핼러윈 데이에 마녀 복장으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꼬마 숙녀가 환상 속에서 꼬마 마녀가 되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지난해 11월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우수 그림책(New York Times best illustrated children’s book award)’으로 선정됐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서양 작가들과 달리 늘 여백의 미를 살리고, 또 할아버지나 조카 등 지인들을 모델로 삼아 그런 것 같다”는 게 유씨의 설명.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한국에서 온 그림책 작가’라는 소개를 받을 때마다 짜릿해요. 외국인들이 부르기 어려워하는 ‘Taeeun(태은)’이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도 제가 어디서 온 것인지 늘 기억하고 싶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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