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윤
  • 지금도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어릴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뎠습니다. 머릿속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한참 동안 정리를 해야 했거든요. 어, 으음, 어어…. 그러면 옆에서 누군가 소리쳤어요. 이렇게 말해! 저렇게 말해! 그러면 머릿속은 더 하얘졌고, 나는 막 손을 내젓곤 했습니다. 《비가 와》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중 두 개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비 오는 여름 뒤뜰 양쪽을 막아 수영장을 만들겠다고 판자를 덧댔던 기억과 눈 내린 겨울 눈사람이 녹아 없어지는 게 싫어서 냉장고에 넣어 놨는데, 냉동실이 좁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기억입니다. 물론 저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너무 서운했습니다. 겨울이 오면 그때 꺼내 주고 싶었거든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늘 혼자였던 제게 “그림을 그려볼래?”라고 물어 주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의 첫 그림책 《비가 와》를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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